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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가장 먼저 천장이 보여요. 익숙한 풍경이죠. 45년 평생의 절반 이상을 이 천장과 마주하며 살았으니까요. 아침 햇살이 창을 넘어 들어오면, 문득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부모님은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계실 거예요. 저는 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휠체어로 옮겨 앉는 것부터 하루를 시작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여전히 온몸의 힘을 다해야 하는 고된 과정이죠. 혹시라도 손이 미끄러질까, 중심을 잃을까, 항상 조심 또 조심합니다.
아침 식탁에 앉으면 부모님은 제게 늘 “불편한 건 없니?”, “뭐 필요한 건 없고?”라고 물으세요. 그 마음은 감사하지만, 사실 모든 것이 불편하고 모든 것이 필요한 상황이죠. 밥을 먹다가도 문득 다른 사람들은 출근 준비로 바쁘게 움직일 아침 시간에, 저는 고작 집 안에서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사실에 묘한 자괴감이 들 때도 있어요.
오전에는 주로 재택근무를 합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서 시간은 자유로운 편이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잠시나마 제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능동적인 존재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 착각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잠시 쉬려고 창밖을 보면, 사람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오가고 차들은 끊임없이 달립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갈 수 있는 곳은 너무나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죠. 답답함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마저도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요.
점심 식사 후에는 가끔 산책을 나가요. 혼자 나가는 건 늘 망설여지는 일입니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은 그나마 괜찮지만, 저상버스가 제 시간에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난번에는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도 저상버스가 오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어요. 겨우 버스에 올랐다 해도,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 나 있거나 기사님이 서둘러 출발하려고 할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마치 제가 버스 운행에 방해가 되는 존재라도 되는 양 미안해져요. 지하철은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저희 동네는 엘리베이터 없는 역이 대부분이라, 지하철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죠. 서울 사는 친구들은 주말마다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사진을 보내주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답답함에 한숨만 쉽니다.
혼자 이동해야 하는 모든 순간이 제겐 가장 힘든 순간입니다. 마트에 가서 물건 하나를 사려고 해도, 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물건을 집어 달라고 부탁해야 하고, 좁은 통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에 괜스레 움츠러들기도 합니다. 어쩌다 휠체어가 다른 사람의 발이라도 건드릴까 봐 늘 긴장하고 있어요. 저는 그저 평범하게 시장을 보고 싶은 것뿐인데, 왜 이렇게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 걸까요?
집으로 돌아오면 피로가 몰려옵니다. 물리적인 피로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느꼈던 심리적 소외감과 무력감이 저를 짓누르는 것 같아요. 저녁 식사를 하고 부모님과 TV를 보다가도, 문득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질 때가 많아요.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과연 저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제가 선택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제대로 된 직업의 기회, 교육, 연애, 여가 활동… 이 모든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저는 간절히 기도합니다. '내일 아침에는 부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주세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한 시민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해주세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능동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세요.' 어쩌면 이 소망은 너무나 크고 거창한 바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